[놈놈놈] 너에게 보내는 선물. For 앨리스님


앨리스님 생일 축하글입니다.
근데 몇번째 생일인거에요? 하하 ^^;;

생일글인데 맘에 드시련지.
나름대로 머리를 짜내보았습니다.

실제로 소설에서 등장하는 가루 눈은 제가 오래전 생일때 친구로부터 받은 것입니다.
지금도 병하나에 잘 들어서 가지고 있지요.

생일 축하드립니다. ^^

[놈놈놈]
제목 : 너에게 보내는 선물
지은이 : 이스마니안
받는이 : 앨리스








- 현대물입니다.
- 주인공은 도원이랑 창이.
- 배경은 프랑스, 파리입니다.(왜냐면 내가 파리밖에 안가봐서. 하하하)








겨울인 겨울인가 보다.
런던에 비하면 좀 맑은 하늘이 온통 파랗게 시야를 메우고 있다.
그래도 코끝을 스치는 바람은 생각보다 매서워서.
도원은 자기도 모르게 목에 두르고 있던 목도리를 코까지 올려썼다.

공부를 한답시고 파리로 온 것이 벌써 반년쯤 되었다.
제대로 혀에도 안붙는 불어를 익히는 것도 고생스러운 일이었지만 무엇보다 힘든 것은 아마도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 아닐까 싶다.

완전히 낯선 타지에 온것은 여러가지로 자유에 대한 안식의 종착지가 되었다.
나를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은 즉 그들은 나에 대해서 아무런 편견도 없다는 것.
내가 보이는 모든 것이 새롭게 나에 대해서 인식을 만들어 가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처음에는 너무나 행복했지만.

몇일이, 몇주가 지나고 나니까 천천히 생각이 났다.

두고온 사람이.
두고온 사랑이.

*

좀 심하게 싸우긴 했다.
파리로의 유학이 결정되고 떠나기 일주일 전.
굳이 거기까지 가서 공부를 해야하느냐고 가지 않아도 상관없지 않느냐면서.

그녀석은. 박창이 그 바보녀석은 꽤 화를 냈었었다.
하지만 멀지만 프랑스에 와서 공부를 하는 것은 오래전부터 가지고 있던 꿈이었고.
이제야 간신히 모든 것을 준비하여 떠날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절대로 간단하게 포기할 수는 없는 것이었다.

고작 길어야 몇년이다.
자신이 얼마나 박창이를 사랑하는 지는 자신만큼 창이도 잘 알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자신 역시 박창이가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도 그녀석 이상으로 잘 알고 있었다.
아니,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몇년이긴 하지만 조금 멀리 있다고 해도 서로간에 문제가 생길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창이는 그게 아니었나보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는거야." 

녀석이 출발하기 전날 와서 한 말이었다.
단호하게 자르듯이 하는 말에 할말을 잊었지만.
그래도 그건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그때는.

*

지금은. 어쩌면 그리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고작 반년 보지 못했는데도 불구하고.

보고싶어서 미쳐버릴것 같다.
너무나.

*

하루하루의 일정은 비슷하다.
평일에는 아침에 좀 일찍 일어나서 빵을 사러 산책을 나가기도 하지만 보통은 일어나자마자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곧장 학교로 향한다.
오전, 오후까지 총 6시간 정도 어학수업을 받고나서 늦은 오후에는 아르바이트를 한다.
어학원에서 알게된 친구가 본국으로 돌아가면서 대신 이어받은 자리다.
아르바이트는 마레지구에 위치한 어느 노천카페의 웨이터이다.
동네가 동네라 그런지 일 할때마다 어찌나 추근덕 거리는지.
불어을 못한다고 대충 둘러대면서 다니지 않으면 엉덩이 부근의 바지가 다 닳아 없어졌을지도 모른다.
하도 손으로 추근덕 거리면서 만져대서.

일은 별로 어렵지 않다.
손님들하고 짧게 대화를 하면서 조금씩 어학 실력도 늘어가고.
그래도 5시간 정도 일을 하고 집에 돌아오면 역시 피곤하다.
저녁은 애초에 생각도 안하고 그대로 침대에 늘어진다.

공부하겠다고 책상에 쌓여있는 다른 교재들을 보면 한숨이 나온다.
억지로 일어나서 몸을 좀 개운하게 씻고 나온 뒤에야 공부를 시작한다.

그렇게 두어시간쯤 더 공부를 하고 나면 이젠 정말로 자유시간이다.
그래봐야 한두시간이지만.

공부하던 책을 덮어놓고 보통은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는게 전부다.

"겨울인데."

겨울인데. 이동네는 눈도 안오는 동네인데.
솔직히 눈이 안오면 겨울이라는 느낌은 이런 차가운 바람밖에 더 있을까?

문득 또다시 그녀석 생각이 났다.
추운걸 나만큼 싫어하면서 눈만 오면 꼭 사람을 끌고 밖으로 나가려고 했는데.
장갑부터 목도리, 귀마개까지 단단하게 쓰고 그제서야 밖으로 나가주면 얼마나 좋아하던지.
정말로 눈오는 날에 미친듯이 뛰어다니는 강아지가 따로 없었다.

"..창이야."

눈가가 뜨거워져서 괜시리 보는 사람도 없는데 괴고있던 팔 안으로 고개를 감추었다.
보고싶다.
너무나도 보고싶었다.

*

다음날 아침.
너무나도 일어나기가 싫었다.
달력을 흘긋 쳐다보니 몸은 정직했던가.
오늘은 토요일이었다.

"우아....다행이다."

어학원은 평일만 수업이 있다.
대신 주말에는 평일에 하던 알바를 조금더 시간을 늘려서 한다.
그래도 점심나절까지는 빈둥거릴수 있다.
침대에 늘어져서 이불과 베게를 끌어 안은채 눈을 감았다.

"..아."

문득 생각이 나서 다시 달력으로 눈을 돌렸다.
익숙한 날짜가 오늘이었다.

",.....생일이다."

그랬다.
오늘이 내 생일이었다.
하도 공부하는게 적응하는게 바빠서 완전히 잊고 있었다.

"......"

생일이라고 해도 누가 알까?
낯선 이곳에서는 나에 대해서 새롭게 알아가는 사람들이 있기에 나에 대한 기본은 아무것도 모른다.

작년 이맘때에는 밤새 창이와 함께 있었다.
생일을 넘어가는 그 순간, 제일 먼저 생일 축하를 해주겠다고.
무슨 초등학생 우기듯이 그렇게 우기고는 밤새 같이 있었다.
그리고 막 12시가 넘어가자마자 꽉 끌어안고는 말해주엇다.

생일 축하한다고.
사랑한다고.
태어나줘서 고맙다고.

평소에 얼마나 무뚝뚝한 녀석인지 잘 알기 때문에 그런 말이 굉장히 고마웠었다.

*

"전부 옛날 일이지."

지금은 오라고 해도 오기엔 너무 먼 곳이다.
프랑스와 한국.
이 두곳간은 시차만도 한참이 나는 동네다.
붙어있는 땅도, 통해있는 하늘도 하나지만 그래도 몸은 너무 멀리 있다.

*

점심나절이 되어서야 빈둥거리던 몸을 일으켰다.
점심을 대충 챙겨먹고 집을 나섰다.
바람이 꽤 세게 불어서 도원은 황급히 장갑과 목도리를 더 단단히 둘렀다.

가게에 도착하니 날이 추워서 그런지 손님이 별로 없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날씨가 그럭저럭 괜찮아서 노천의자쪽에도 손님이 있었는데 오늘은 죄다 가게 안에만 있다.
아니, 딱 한명의 손님만 그 바람속에 밖에서 앉아 있었다.

"형. 저 손님, 왜 밖에 있는거에요?"

가게 주인이 도원의 질문에 아, 하는 말을 시작으로 답해준다.

"저 사람 너 찾아왓더라?"

"네?"

날 찾아오다니? 그럴 사람이 있나?
그럴 사람은 아무도 없는데.

하지만 날 찾아왔다니 누군가 궁금해서.
도원은 옷을 갈아입고 곧 밖으로 나갔다.

"으그..추워라."

어깨와 등ㅇ허리에 으스스 한기가 스치고 지나가서 자기도 모르게 한차례 몸을 떨었다.
얼른 손님이 앉아있는 쪽으로 다가가 허리를 조금 숙이고 불렀다.

"실례합니다. 손님, 저를 찾아오셨다고 하셨...........창이야?"

그랬다.
놀랍게도 그 손님은 바로 박창이였다.
기다린 시간이 꽤 오래되었는지 단단하게 조이고 있던 목도리 사이에서 드러난 얼굴이 발갛게 얼어 있었다.

"우..우선 들어가자. 추워. 여기."

창이를 데리고 안으로 들어와서 주인형에게 커피 한잔을 부탁했다.
자신의 앞에 앉아있는 이 사람이 진짜 박창이가 맞기는 한것인지.
하도 오랜만에 봐서 다른 사람을 착각한것은 아닌지 의심이 가서.
도원은 직접 자신의 손으로 목도리를 풀러냈다.

"...창이야."

"오랜만이다."

진짜 박창이다.
여전한 그 얼굴에 도원은 자기도 모르게 왈칵 눈물이 나올뻔 했다.

"여..여기까진 어쩐 일이야. 이 멀리까지. 아무런 연락도 없이.."

"...줄게 있어서 왔어."

"줄거?"

주섬주섬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낸다.
큼지막한 코트 주머니에서 나온 것은 뭔가를 담고있는 듯 둥그렇게 불러있는 가죽 주머니였다.

창이는 그것을 들고는 잠깐 머뭇거리다가 커피를 가져다주러 가까이 온 주인형에게 물었다.

"이거 좀 뿌려도 될까요?"

그게 뭔지 슬쩍 주머니 입구를 벌려서 주인형에게 보여주자 주인형은 좀 놀랐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뜬다.
하지만 금세 무슨 상황인지 파악 했다는 듯 프랑스 사람 특유의 넉살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불어는 언제 배웠어?"

".....별거 아냐."

주인형에게도 허락을 받았겠다.
창이는 더 망설이지 않았다.
곧장 주머니에 담긴 무언가를 도원의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거꾸로 벌려진 주머니의 입구에서 뭔가가 화르륵 쏟아져내렸다.

"...어?"

머리에, 어깨에, 벌린 손과 다리 위에도 한가득 떨어진 그 하얀 가루.
손가락에 닿은 작고 가슬한 마른가루가 도원의 온몸에 묻어내렸다.

"이..게 뭐야?"

"와. 꼭 neige 같다."

도원의 질문에 답이 될만한 답변은 다른 사람들에게서 나왔다.
도원의 몸에, 그리고 바닥에 떨어진 하얀 가루를 본 사람들은 마치 neige같다면서 환호성을 지르고 있었다.

"......neige?"

"생일 축하한다."

"..창이야."

"뭔가 해주고 싶었는데. 딱히 생각나는게 없었어. 그런데..이 동네는 눈이 안온다고 하더라고. 어지간해서. 
그런데..기억할지는 모르지만 너랑 나랑 가장 많이 시간을 보낸게 항상 눈이 올때였잖아. 그래서.."

 꼭 눈 같았다.
하늘에서 하얗게 흩날리며 떨어지는 하얀 눈송이.
꼭 그것과 같았다.

도원은 참았던 눈물이 흘러내릴것 같아서.
차마 그런 꼴불견인 모습을 보여주기는 싫어서.
창이를 와락 끌어 안았다.

이 체온이.
이 품이.

그리고 이 사람이.

그 어떤것보다도 소중한 선물임을 깨달았다.




by 이스마니안 | 2008/12/02 10:32 | 사담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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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앨리스 at 2008/12/03 21:00
와아아아// 감사합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파리는, 그래도 좀 눈 오지 않나요.ㅎㅎㅎㅎ 전 파리보다 조금 남쪽이라 눈이 안와서..ㅠㅠㅠㅠ 가루눈// 멋져요!!
Commented by 이스마니안 at 2008/12/03 23:29
앨리스/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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